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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2월 20일 초판인쇄
지은이  해진 박 유 정
e-mail  hajin8903@hanmail.net
펴낸곳

 도서출판 청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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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사부님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참으로 우연이었다. 같은 과에 다니게 된 양진님이 장풍을 할 줄 안다는 소문을 듣게 되면서 호기심 반 장난 반으로 양진님에게 사부님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하였다. 학교는 어디 나오고, 연세는 어떻게 되시고 등등 세속적인 질문을 하였다. 하지만 양진님은 잘 모른다는 대답뿐이었다. 어떻게 모시고 있는 사부님에 대해 잘 모를 수 있느냐의 질문에 양진님은 “그분을 믿으면 그런 것은 모를 수 있다” 고 대답을 하였다. 갑자기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은 풀어져서, 아직 만나 뵙지도 않은 사부님에 대해 신뢰감과 믿음이 생겼고, 사부님에게 꼭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이것도 참 인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부님의 첫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상투를 틀고 수염을 기르시고 얼굴은 거멓게 그을린 시골 아저씨 같은 외모뿐만 아니라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주위 사람을 포용하고 빨아들이는 듯한 분위기에 압도당해 첫날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 후 사부님께서 계시던 토굴에 내려가게 되었고 일주일에 한번씩 토굴에 내려가 청도관의 法을 사부님으로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겨울방학이 되어서 정안님을 비롯하여 다른 5명의 도자들과 공부를 하면서부터 내 마음이 변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공부를 하면서 주위 사람은 사라지고 오직 사부님과 나 둘만이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오직 사부님만이 내 마음 속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안님의 존재조차 잊고 그분만을 바라보고 있을 때도 있었다. 그 분의 말씀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속에 새겨짐과 동시에 내 마음이 떨렸다. 말씀을 듣다 보면 어떨 때는 눈물이 날 때도 있었다. 그분은 아주 다양한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오셨다. 어떨 때는 엄격하신 사부님으로, 어떨 때는 자상하신 모습으로, 또는 어린애 같이 순수한 모습으로, 또는 충청도 시골 아저씨의 모습으로 마음속에 남기 시작했다. 이것이 사랑이라는 것인가.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탓에 방황 아닌 방황을 많이 한 나로서는 드디어 안주할 곳을 찾기 시작했다. 공부가 즐거웠다. 그 분의 모습을 바라보고 느끼고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즐거웠다. 정안님조차 더 이상 내 마음속에 있질 않았다.

 어느 날 인경당에서 그분과 단둘이 있게 되었다. 약간 가슴이 떨렸지만 아무 내색도 안 했다. 공부를 시작했다. 사부님을 관하면서 해인에 들었다. 처음에는 빛이 보이더니 다시 어둠이 되고 빛 가운데에 앉아 계신 사부님을 뵙게 되었다. 곧 사라졌고 계속 빛을 보면서 해인에 들었다. 그 때 내 마음 속에 깨달음이 있었다. 내가 그분을 의지하고 사랑이라고 느꼈던 것들은 바로 내 자신에 대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그분을 통해서 내 자신(眞我)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영원을 향해 ‘참 나’ (眞我)를 찾아 사랑하는 마음이 그분을 통해 내 마음 속에서 깨워졌다. 이제는 그분조차 내 마음에 남아있질 않았다.

 오직 ‘참 나’만이 내 마음 속에 남아 있었고 나에 대한 사랑이 남아 있었다.

 사랑입니다. 빛입니다. 밝음입니다.


 아멘입니다. 아멘입니다. 아멘입니다.

 아멘입니다. 아멘입니다. 아멘입니다.

 아멘입니다. 아멘입니다. 아멘입니다.

                                  2002. 겨울 해진···

 

이 책을 읽는 에게   


이 글은 저 해진(海眞)이 지난 6년간 수련을 하면서 그때 그때 본 것과 들은 것을 기록한 개인의 수행 일지입니다. 입문은 97년 4월에 하였으나 수행 기록은 98년 여름부터 하였습니다. 97년부터 2000년까지는 경희대학교 한약학과에 재학하던 중이라 주로 방학을 이용하여 시골에 계신 스승님을 찾아 뵙고 공부를 하였기에 기록이 연속적이지 않은 것도 있고, 또 이 글은 남에게 전하려 적은 글이 아니고 나의 내면 세계를 그때 그때 “여시아문(如是我聞)”에 충실하면서 적은 내용이라 이어지지 않는, 어쩌면 단편적일 수도 있는 글입니다. 하지만 저 해진이 공부해 나가면서 마음의 갈등을 겪고 상을 내는 과정까지 숨기지 않고 진실하게 적은 글입니다.


 해인(海印) 공부를 하면서 이 지상에 육신을 두고 있으면서 몸에는 천상의 기운을 느끼고, 눈 앞에서 펼쳐지는 천상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귀로는 천상의 엄숙한 소리를 듣고, 코 끝으로는 향기로운 기운을 맡는 경험을 하면서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과 모습들을 적었습니다. 되도록 주관적이지 않게 적으려고 노력하였으나 어디까지나 이 글은 해진 개인의 수행과정을 적은 글이기에 똑같은 공부를 하였다 하더라도 개개인의 법수에 따라 증험이 많은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세속의 업으로 몇 십 년을 살아오다가 진법(眞法)을 만나 수도를 시작하면서 전혀 모르던 세계를 접하면서 때로는 놀라기도 하고 때로는 감탄하였으며, 세포 하나 하나에 박혀 있던 모든 나의 무명(無明)들을 몰아내고 이곳에서 천상의 맑은 기운을 채우려고 노력하면서, 또 진법양행의 환희와 감탄에 젖어 있다가도 다시 습에 젖어 세속의 오탁한 기운에 저도 모르게 휩싸여 마음에 양기(陽氣=先天眞氣)를 잃고 어두워지는 내 자신을 돌아보며 좌절하기도 하고 참회하기도 하면서, 또 성실히 정진하고 계시는 도우들을 보면서 스스로 내 자신을 격려하였고, 성명쌍수(性命雙修)의 진수를 몸과 마음으로 체득하며 정심으로 수행을 해오고 있습니다.

 공덕이 온전치 못하여 성숙하지 않은 몸이기는 하나 성스러운 하늘의 말씀과 그 무량한 사랑을 몸으로 받고 이를 남에게 전하여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마음이 떨리기까지 합니다. 깊고 깊은 해인삼매에 들어 내가 내 몸을 떠나 출신으로 자유로울 때, 내 좁은 정신에서 벗어나 넓고 큰 우주로 한없이 펼쳐지면서 몸이 피탈(皮脫)을 하고 정신이 한꺼풀 한꺼풀 벗겨지면서 해탈(解脫)과 종탈(宗脫)과 억겁탈(億劫脫)을 통하여 맑아지고 밝아지는 진성(眞性)의 모습을 볼 때, 이 한 몸에 그치지 않고 이런 기쁨과 영광을 다른 이에게 나누어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나 한 인간에 머물지 않고 대 우주의 거대한 법성(法性)으로 거듭나게 하며, 이런 거듭남에 내 마음은 숙연해지며 결코 한 순간도 쉴 수 없는 성실로 정진해야 한다는 경건함에 몸과 마음은 장엄한 광명에 휩싸이게 됩니다.

 
 

 

제목 없음